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에서 서대문역까지 걷다가 신기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기차길 옆, 거의 허물어져가는 조그만 건물이 눈에 띄었는데, 이곳이 다름아닌 식당입니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을까요? 궁금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무엇을 팔고 어떤 곳인지 알려드릴게요.
1. 수상한 건물
이곳은 서대문구의 국민연금 빌딩 맞은 편에 기차길 옆에 위치한 건물입니다. 어떠신가요? 서울 한복판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입니다. 뭔가 공포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외경의 비주얼인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이곳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겠어요? 너무 궁금해서 저와 아내, 그리고 중학생 아들까지 셋이서 이 수상한 건물로 들어가 봤습니다.
2. 수상한 건물의 내부
옛날 유리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내부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점심도 저녁도 아닌, 오후 5시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 앞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게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내부는 정말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웃풍이 심한지 창문마다 비닐로 덮여 있었고, 나무로 된 벽들도 오래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칠이 떨어져 나갔거나 오래동안 닦지 않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올때까지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안에 창문으로 보니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보였습니다. 바로 '철길 떡볶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 처음 와봤지만, 오래 전부터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던 곳입니다.
내부 자리마다 흰색 프린트물이 붙어 있었습니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해서 이곳을 오래 전부터 찾아오고 계시는 많은 손님들에게 어필하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3. 수상한 가게의 정체는?
아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철길떡볶이는 지금 52년 동안 이어온 서대문 명물이면서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노출된 가게입니다.
영화 (신의한수, 길복순, 상영예정인 타로), 드라마 (천리마마트, 타임즈, 미스터백, 디엠파이어),
예능 (유퀴즈, 허영만의 백반기행, 이맛에 산다, CCTV전담반이 간다, 배우반상회)
서대문 구청에서 48평 녹지를 만들겠다고 내쫓기는 위기에 있습니다.
지금 녹지사업을 한다고 해도 철도 지하화를 하면 그곳에 맞게 다시 조경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녹지 - 녹지파괴 - 철도 지하화하면서 재조경 많은 돈이 들것이라 예상되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됩니다.
지상은 가게, 지하는 집입니다.
3명(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앞으로 보상을 3,500만원 나왔습니다.
이 돈으로 가게나 집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이 깜깜하고 살아갈 길이 너무 막막합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는 와중에 많은 손님들의 조언으로
용기내어 민원과 청원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4. 철길 떡볶이의 메뉴
철길 떡볶이의 사정은 이렇게 정리하고요. 메뉴와 주문 방법 소개 갑니다. 아래 메뉴판에 떡볶이와 각종 분식류의 메뉴와 가격표가 있습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 건 맞고요. 맛이 중요하겠죠. 자신이 주문할 메뉴들을 종이에 적어서 주인을 주시면 나중에 내 순서 때, 크게 이름을 불러 주실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먹으려는 사람들은 많아서 밀려들어 오고 만드시는 분은 둘이서 하시다보니 시간이 꽤 걸립니다. 밖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잠시 나가봤습니다. 기찾길 바로 옆에 테이블을 놓고 두 테이블 정도는 야외에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씩 KTX가 가게 바로 옆을 지나가기 때문에 열차를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드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철길 떡볶이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네요.
식당 내부 구석구석에 52년 동안 장사하면서 있었던 모든 추억들이 쌓여 있습니다. 거미줄, 먼지들과 함께요. 한쪽에는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네요. 박미선 님이 많이 어려보시는 걸 보니, 한참 전에 왔었던 듯 합니다. 아래 청년들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철길 떡볶이
먼저 오뎅3 꼬치(2,000원)와 순대 1인분(3,500원)입니다. 함께 오뎅국물도 마음대로 퍼서 먹을 수 있습니다. 수저도 앞 접시도 모두 셀프입니다. 알아서 음료수도 냉장고에서 꺼내 드시면 됩니다.
오뎅과 순대는 뭐...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맛입니다. 순대는 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특별한 맛이 아니었고, 양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요즘에 시장이나 식당에서 순대 사먹어 본 기억이 오래돼서 그런 걸까요? 요즘 물가가 너무 오르긴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철길떡볶이의 메인 메뉴 밀가루 떡볶이와 만두튀김입니다. 떡볶이는 적당히 맵고 맛있었습니다. 길이도 길어서 좋았구요. 하지만, 만두 튀김은 조금 기대보단 별로였습니다. 알고 보니까, 여기선 못난이 만두랑 많이 드시더라구요.
아쉽네요. 저도 그걸 시켰어야 했는데, 혹시 철길 떡볶이에 방문하실 예정이라면 꼭 못난이 만두랑 떡볶이를 같이 버무려 드시길 바랍니다. 떡볶이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고, 색다른 느낌의 경험을 해서 좋았습니다.
내돈내산 후기
- 영화나 드라마의 장소로 쓸 만큼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장소적인 색다른 느낌을 원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 메뉴가 메뉴이다 보니, 근처 여대생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 분위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비좁고 오래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셔야 합니다.
- 모든 것이 셀프이며 다 먹고 가져다 드리는 것까지 해야 함을 잊지 마세요!
- 사장님들이 바빠요. 이렇게 바쁜 곳에서 친절을 기대하기는 무리수.
- 위생과 청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패스하는 것이 좋아요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5-6
영업시간 : 월, 화, 수, 목, 금, 일 11:00~20:00 (휴무 토요일)
전화번호 : 02-364-3440
예약불가, 배달불가, 포장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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